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러닝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는 1년 내내 참 많은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올해 3월 동아마라톤이 취소되고 10월 열리는 춘천마라톤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 지방 대회는 대부분이 연기되었거나 결국에는 우후죽순 취소되었다.
지금 이런 상황이 많은 러너들의 운동의욕을 꺾어 놓은 상태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러너들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대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늘도 훈련을 이어나가고 있다.
러너 중에서 4연풀, 5연풀 등의 자기 이력을 뽐내는 분들이 계시다. 여기서 4연풀, 5연풀은 4주 연속 풀코스 완주, 5주 연속 풀코스 완주라는 의미이다. 4주 혹은 5주 연속으로 풀코스를 달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체력적인 견고함 뿐만 아니라 한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생활습관을 통제해야하는 엄청난 정신력이 필요하다.
또 다른 러너중에서는 토요일 10KM 단출 코스, 일요일 하프 코스를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자기가 목표한 대회 전 일종의 테스트로 여기며 참가하는 대회다. 10KM 코스에서 스피드를 점검하고, 하프 코스에서 맛을 보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한달에 한번은 꼭 대회를 참가한다던지 혹은 여행 겸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는 러너도 참 많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마스터즈 러너들이 자주 대회를 참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번째로는 재미이다. 러닝을 제외하고라도 혼자 하는 운동이 재미있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구기 운동 같은 경우는 혼자라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조건이다. 러닝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함께 하는 것이 더 좋다.
실제로 대회에 참가하면 시끌벅쩍한 분위기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몸을 푸는 모습들, 각각의 동호회가 함께 사진도 찍고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들, 주최측에서 준비하는 이벤트들로 인해 평소 운동하는 분위기와는 다른 분위기 속에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메이저 대회에서는 취미로 운동에 뜻을 두고 있는 연예인들이 함께 달리기도 하고 주최측에서는 축하 공연이나 이벤트 등의 사이즈 자체를 크게 해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하기도 한다.
혼자 운동을 하던 사람이 첫 대회를 나가게 되어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함께 달리고자하는 사람들과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보통 한번 대회를 나가기 시작하면 이런 재미를 위해서라도 한 두번은 더 나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번째로는 실력 향상이다. 메이저 대회이던 지방 대회이던 출발선 바로 앞은 기록 욕심이 있는 마스터즈 러너들의 긴장감을 엿볼 수 있다. 그 뒤로도 여전히 기록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들로 가득차있다. 뒤로 갈수록 기록보다는 재미있게 건강하게 완주하고자 하는 러너들이 있다. 이 말은 결국에는 비슷한 실력, 혹은 달성하고자 하는 기록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그룹을 형성해서 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SUB-3 러너들은 그들만의 그룹을 만들어서 뛰고 SUB-4 러너들 역시도 그들만의 그룹을 만들어 뛰게 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누군가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뛰면서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일부 러너들은 완주에 목적을 두지 않고 훈련 겸 나오는 러너도 있다. 예를 들어 SUB-3를 달성하기 위해 훈련하는 러너가 대회에서의 SUB-3 주자들의 페이스 속에서 함께 뛰어보기 위해(완주가 아니더라도) 대회에 출전해 함께 달려보는 것이다. 실제로 이것을 탐탁치 않게 보는 러너들도 더러 있지만 난 이것이 순반응을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실력 향상을 도모하고 다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성장하면 결국에는 꾸준히 운동하는 순반응을 일으키고 이런 러너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많은 대회에 출전하면서 덩달아 여러모로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세번째로는 경쟁이다. 어쩌면 경쟁으로 인한 실력 향상이 맞다고 볼 수 있겠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경쟁하게 되어있다. 그것이 악의를 기반한 경쟁인지 선한 경쟁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역주'라는 말을 들어봤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라톤 대회에서의 1,2위가 마지막 결승선을 앞두고 힘차게 달려나가는 그 모습이 떠오른다. 여기서의 경쟁은 1위와 2위라는 순위에 대한 경쟁도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기록에 대한 1초, 2초 단축에 대한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여러 스포츠들도 동일하겠지만, 마라톤만큼이나 나를 넘어서야 하는 스포츠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혼자 운동을 하면서 극한에 다다를 때까지 나와 경쟁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설령 그런 사람이라고 한들 매번의 훈련에서 자신을 극한에 몰아넣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회때에서는 나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고 나와 혹은 상대와 경쟁하는 것이 비교적 쉽다. 대회에 참가해본 러너라면 알 것이다. 내옆에서 함께 달린 러너의 숨소리에 따라서 지금 나의 페이스를 점검하게 되고 형성된 그룹안에서의 묘한 신경전을 펼치는 사실을 말이다.
네번째로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 운동을 하다보면 나 자신과 타협하기가 쉬워진다. 주중 80KM를 달려야겠다는 목표를 세운 러너라 하더라도(역시 나도 포함한다) 대회를 통한 목표가 설정되지 않으면 그 작은 목표들을 쉬이 달성하지 못한다. 아니, 타협하면서 꾀를 부리게 된다. 하지만 9월 하프 대회에서 얼마의 기록을 세워보겠다 혹은 12월에 내가 사는 곳 근처에서 마라톤 풀코스 대회가 있으니 이 대회를 올해 마지막 대회로 여기고 올해 SUB-3 도전해보자! 하고 목표 대회를 정하면 작은 목표들의 달성이 비교적 쉬워진다. 아니 오히려 매 순간의 훈련이 즐거워진다.
다섯번째로는 자신감이다, 모든 스포츠에서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록은 고사하고 우선 대회라는 곳에서 10KM든, 5KM든 완주해보라! 아마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심감이 생길 것이다. 더불어 하프, 풀코스를 빠르게 뛰는 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단한 러너들이라고 동경하면서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다음 대회를 찾아보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러너가 그렇고 나도 역시 그랬다. 처음에는 보잘 것 없는 기록(지금도 역시 보잘 것 없다.)이지만 완주했다는 사실 자체에 자신감을 얻어 러닝을 계속해서 이어나갔고 그로 인해 발전하다보니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번의 대회속에서 기록이 점차 안좋아지더라도 낙담하지 않아야한다. 그 대회만의 코스 등 여러가지 변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한다. 그래서 다음을 준비하고 내가 목표하는 바에 점차 다가가면 된다. 나도 앞으로 가야할길이 멀다. 얼마나 걸릴지 의문이지만 함께 가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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